가족들과 세상을 연결해 주는 소녀의 고충
미국 매사추세츠에 살고 있는 17살 소녀 루비는, 그녀의 가족 중 유일하게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이다. 그녀의 아빠 프랭크, 엄마 재키, 오빠 레오는 모두 소리를 들을 수 없는 농인이기 때문이다. 학교 생활로도 충분히 바쁜 10대 소녀인 루비이지만, 가족의 생계를 돕기 위해 매일같이 아빠, 오빠와 함께 배에 올라 고기잡이를 돕는다. 그러던 어느 날, 루비는 그녀의 짝사랑 상대인 마일즈가 선택과목으로 합창단 수업을 선택하는 것을 보게 된고, 충동적으로 그를 따라 합창단 수업에 등록하게 된다.
한편, 아빠와 오빠는 어업으로만은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 더욱 힘들어지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어업조합에서는 회비를 높여 이사회는 해당 지역 어부들의 원성을 사게 된다. 이사회에 참석한 오빠 레오는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충동적으로 본인이 어부노조조합을 만들어 지역 이사회를 통해 자신의 생선을 팔지 않고, 직접 팔 것이라고 사람들에게 발표한다. 가족들은 오빠의 충동적인 연설로, 어쩌다 갑자기 새로운 비즈니스 사업을 시작하게 되고, 가족 모두 이 과정에서 루비가 자신들의 말을 다른 사람들에게 대신 전해줄 것을 기대한다.
합창단 코치인 미스터 비(Mr.V)는 루비의 음악적 재능을 한눈에 알아보고 그녀에게 보컬로 버클리 음대에 지원해 볼 것을 권유한다. 버클리 음대 준비하랴, 가족들의 사업 확장을 도와주랴 하루하루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그녀에게 가족들은 점점 더 많이 의지하게 되고, 엄마와 아빠는 그녀가 대학에 가지 않기를 바라기까지 한다.
잔잔한 영화의 다소 잔잔하지 않은 수상 성적
코다 (CODA : Children of Deaf Adult)는 농인 부모를 둔 자식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비교해 본다면, 많이 잔잔한 내용을 가진 따뜻한 가족영화이지만, 수상 성적은 잔잔하지만은 않습니다. 선댄스 영화제에서 감독상, 관객상, 심사위원대상, 심사위원 특별상으로 4관왕을 차지했을 뿐만 아니라,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작품상, 남자 조연상, 각색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코다에서 아빠 역할을 맡은 농인 남자 배우 트로이 콧서(Troy Kotsur)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다음과 같은 수상소감을 남겼습니다.
"제가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을 믿을 수 없으며, 아카데미 심사위원들에게 나의 노력을 알아주어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영화 <코다>가 전 세계에 퍼지게 된 것은 저에게 실로 놀라운 일이며, 심지어 백악관까지 그 영향을 펼쳐 코다 배우진들이 백악관에 방문할 수 있는 기회까지 얻을 수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저의 배우로서의 역량을 키울 수 있게 해 주고 기회를 주었던 멋진 농인들을 위한 연극 무대들에 진실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최근에 감독 스필버그의 책을 읽을 기회가 있었는데, 그 책에서 스필버그는 뛰어난 감독은 뛰어난 소통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는 말을 하였습니다. 시안 헤더(Sian Heder)(영화 '코다'의 감독), 당신은 최고의 소통능력을 가진 사람입니다. 당신은 '들리지 않는 세상'과 '들리는 세상'을 한 군데로 모이게 하였고, 당신은 바로 그 두 세상을 잇는 우리의 '다리'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상을 '농인 커뮤니티', '코다 커뮤니티', '장애인 커뮤니티'에게 돌리고 싶습니다. 지금 이 순간이 바로 '우리의 순간'입니다. 감사합니다"
영화 <코다>를 바라보는 농인 커뮤니티의 반응
청각 장애인들은 이 영화에 대해 다소 엇갈린 반응을 보였습니다. 우선 과반수의 주연이 실제로 청각 장애를 가진 배우들로 구성이 된 점과 그들의 진정성 있는 연기를 칭찬하였습니다. 스크린에서의 이전 묘사와는 다르게, 이 영화 안에서의 청각 장애인들은 자급자족적인 생활을 한다는 점이 이전 영화들과는 환영할만한 대조를 이룬다는 점을 칭찬하였습니다. 한 비영리 단체 부회장 델버트 위터는 "보통 영화 속에서 청각 장애인들은 도움이 필요하고 무력한 외로운 사회적 약자로 그려지곤 합니다. 그러나 영화 코다에서는 청각 장애인이 어업 조합의 지도자가 되고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이끌어나가는 존재로 묘사된다는 점이 매우 신선했습니다"라고 말하였습니다.
이에 반하여, 청각 장애를 가진 가수 제나 비콤은 다음과 같은 평가를 남겼습니다. "더 다양한 농인들의 모습을 묘사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영화가 나왔다는 사실은 나에게 매우 기쁜 일입니다. 그러나, 영화 내에서 농인과 코다의 경험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데에는 다소 불쾌함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이 영화에서 농인은 음악을 즐기고 다른 사람의 즐거움을 이해할 수 없는 존재로 표현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