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나치 소년과 흑인 혼혈 소녀의 그 시절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
16살의 소녀 레냐는 세계 2차 대전 중 독일 나치 정부에서 어렵게 살아남아가고 있는 소녀이다. 그녀의 백인 엄마와 아프리칸(흑인)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혈통의 그녀는, 나치 정권 시절 독일 내에서 끊임없이 많은 사람들의 타깃이 되어 살아가고 있다. 검은 피부를 가졌다는 이유로, 더 이상 학교를 나갈 수 없게 된 레냐는 백인 엄마와 함께 공장에 나가 일을 시작하게 되었고, 그러던 어느 날 독일 나치 소년 당원인 루츠가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공장에 출근하는 레냐를 실수로 치게 되며 그 둘의 만남이 시작된다. 그 만남을 시작으로, 루츠는 레냐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표현하지만, 흑인 혼혈인 레냐는 백인 나치 소년 당원인 루츠의 관심이 무섭고 부담스럽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날, 나치 당원들이 거리에서 유대인과 유색인종을 속출해 내는 상황에서 루츠는 레냐를 본인의 집에 숨겨주게 되고, 이 둘은 결국 인종과 전쟁을 뛰어넘는 사랑에 빠지게 된다. 전쟁이 점점 고조되면서, 결국 레냐는 유색인 혼혈이라는 이유로 수용소 캠프에 끌려가게 되고, 루츠는 수용소 캠프의 관리원으로 배치가 되게 된다. 이때 루츠는 레냐가 자신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레냐에게 함께 도망가자고 말 하지만, 레냐는 자신들의 운명을 피할 수가 없다며 도망치기를 거부한다. 나치의 고위급 당원이었던 루츠의 아버지는 이 둘의 사이를 알게 되고, 아들에게 당장 정신 차리라고 말하지만, 레냐를 진심으로 사랑한 루츠는 결국 레냐를 데리고 도망치기로 한다. 루츠의 아버지는 레냐를 데리고 도망치려는 아들에게 결국 끔찍한 일을 저지르고 만다.
그 시절 그들이 이루어질 수 없던 시대적 배경
1939년에 발발되어 1945년까지 이어진 20세기 최악의 사건 중 하나인 홀로코스트(Holocaust). 세계 2차 대전의 주 세력을 이끈 독일은 국가사회주의 노동자당인 나치(Nazi)가 정권을 장악하고 있었다. 1941년부터 1945년까지 나치당을 이끈 아돌프 히틀러(Adolf Hitler)는 홀로코스트라는 인종청소(Ethnic Cleaning)를 자행하게 된다. 히틀러 집권 당시, 히틀러는 민족 우월주의 및 국가 우월주의를 내세워 인종 및 민족 간에 계급을 나누었고, 인종 청소라는 명목으로 독일뿐만 아니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점령지를 대상으로 유대인과 슬라브족, 집시, 동성애자, 장애인, 정치범 등 약 1100만 명의 민간인과 전쟁포로를 학살하였다. 이러한 그들의 학살은 몇 년에 걸쳐 계획적으로 진행이 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나치는 노동캠프를 지어, 유대인 및 그들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집단인 집시, 유색인종들까지 수용하여 강제 노역에 동원되게 하였다. 더 나아가 독일군은 유대인과 집시족을 화물 열차에 태워 집단 학살 수용소로 이동시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샤워 가스실에서 죽음을 맞게 하거나, 생체 실험에 동원되게 하였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을 감안하여 보았을 때, 나치 고위 간부(SS)의 아들이었던 백인 루츠와 유색인종 혼혈인 소녀였던 레냐의 사랑은 이루어지기 매우 힘들었을 것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는 아니지만, 충분히 있었을 만한 일화였을 것 같고, 그들은 독일 점령지 밖으로 탈출했어야만 생명을 위협받지 않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었지 않았을까.
로맨스 전쟁 영화 <웨어핸즈 터치> 감독 및 주연 소개
2018년에 개봉한 영화 웨어핸즈터치(Where hands touch)는 감독 Amma Asante에 의해 2016년 벨기에에서 촬영되었다. 이 영화는 미국 홀로코스트 기념 박물관의 웹사이트에서 1940년대 유색인종 소녀가 아리안인 반 친구들과 함께 서 있는 사진을 발견한 감독이 영감을 얻어 시나리오를 쓰게 되어 만들어진 영화이다. 여자 주인공의 레냐 역할을 맡은 아만들라 스턴버그(Amandla Stenberg)의 대표작으로는 헝거게임, 디어 에반 헨슨 등이 있으나, 해당 영화 내에서도 비중 있는 조연까지는 맡지 못하여, 한국 관객들에게는 별로 익숙하지 않은 얼굴이다. 이에 반해, 독일 나치 소년 당원인 루츠의 역할을 맡은 조지 맥카이(George Mackay)의 대표작으로는 샘 멘데스 감독의 제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전쟁영화 <1917>이 있다. 조지 맥카이는 <1917>, <웨어핸즈터치>와 더불어 <뮌헨 : 전쟁의 문턱에서>까지 세계 1,2차 대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에 자주 출연하는 것 같다. 조지 맥카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수용소에서 루츠가 레냐에게 도망가자고 하는 애절하고 가슴 아픈 대사를 주목할 만하다.
주목받지 못했던 또 다른 소수 집단의 이야기
흔히 '세계 2차 대전'이라고 하면, 우리들의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유대인 학살, 나치 정당, 아돌프 히틀러, 홀로코스트 등이 있겠다. 물론 비교할 수도 없이 많은 숫자의 유대인들이 학살된 사건이지만, 조금만 더 찾아보면 국가 우월주의 및 민족 우월주의로 인하여 다양한 사회적 약자 집단들이 학살된 사건이기도 하다. 자유로운 삶을 살던 집시들을 독일인들은 청결하지 않은 라이프 스타일을 갖고 있다며 혐오하였고, 이들을 유대인과 함께 노동 수용소에 복역하게 하고 각종 생체 실험에 동원되게 하였다. 유색 인종에게는 유대인들에게 행해진 억압만큼 체계적인 박해를 가하지는 않았지만, 기록에 따르면 1945년 독일 내에 살고 있던 흑인들에게도 사회적으로 격리를 시킨다거나, 학대 및 폭력을 가하고 강제 징역을 살게 했다고 한다. 또 다른 사회적 약자 집단인 신체적/정신적 장애인들은 독일인의 우월한 유전자를 유지해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이념 하에 그들을 병원 수용소에 모두 가두어 생활하게 했고, 이 안에서도 각종 생체 실험등이 강행되어 많은 사망자수가 나왔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건강한 국민 정서'를 해친다는 이유로 동성애자들을 체포하여 '갱생'이라는 명목 하에 수감 생활을 하게 하고, 이들에게도 각장 고문, 강제 노동, 생체 실험 등이 행해졌다고 한다. 역사는 승리자의 기록이라는 말이 있다. 승리자 외에 참혹한 전쟁 속에서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본 소수의 이야기는 잘 쓰이지 않는 편이라는 말이다. 혐오 범죄가 만연한 이 세계에서, 소수에게 메가폰을 쥐게 하여, 더욱 다양한 이야기들이 목소리를 갖고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게 하는 영화가 점점 더 필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