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거짓말을 하기 위해 모두 모인 가족들의 영화 이야기
작가를 꿈꾸는 중국계 미국인인 빌리(아콰피나)는 중국 장춘에 사는 할머니와 아주 가까운 관계이다. 작가로는 계속 괄목할만한 성적을 내지 못하고, 구겐하임 펠로우십에서 떨어진 그녀에게 어느 날 부모님으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는다. 바로 그녀가 사랑하는 할머니가 폐암에 걸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으셨다는 것이다. 할머니를 위해, 가족들은 모두 할머니의 폐암 진단 소식과, 임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숨기기로 약속한다. 그 대신 일본에 살고 있는 빌리의 사촌인 하오하오의 가짜 결혼식을 중국에서 열기로 하며, 할머니의 마지막을 함께 하기 위해 가족들은 모두 할머니가 살고 계신 장춘으로 모이게 된다. 그러나 계속 할머니에게 진실을 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빌리가 할머니에게 이 비밀을 말할까 봐, 빌리의 부모님은 빌리만 뉴욕에 남게 한다. 빌리는 부모님의 명령을 어기고 부모님을 뒤따라 장춘으로 가게 되며, 부모님에게 할머니에게 암 진단 소식을 알리지 않겠다고 약속합니다. 가짜 결혼식을 준비하는 내내 빌리는 친척들의 고의적인 거짓말과 부정직함 때문에 계속 그들과 충돌하게 된다.
친척들과의 갈등이 끊이질 않던 어느 날 밤, 삼촌 하이빈은 가족들이 거짓말을 하는 것은 사실 할머니를 위한 것이 아니라, 가족들을 위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견은 서양 문화에서 흔한 개인주의 가치관과는 다르다고 인정합니다. 또한 빌리는 할머니가 그녀의 남편인 할아버지가 심각한 병에 걸리셨을 때도 비슷한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빌리는 나중에 병원에서 할머니의 검사 결과를 가로채어 정상적인 건강 상태를 반영하도록 조작하여 모두의 하얀 거짓말이 들키지 않도록 도움을 주는데 일조합니다.
결혼식이 끝난 날, 하머니는 빌리에게 큰 용돈을 주며,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하고 싶은 일에 쓰라고 합니다. 그러나 할머니의 마지막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빌리는 장춘에 머물고 싶다고 말하지만, 할머니는 빌리에게 '네 삶을 살아야 한다'며 그녀를 말립니다. 할머니는 구겐하임 펠로우십에 떨어진 빌리에게 '인생은 무엇을 하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는지가 중요하다'라고 말하며 빌리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넵니다.
중국어가 대부분인 미국 영화 <페어웰>과 대한민국의 <미나리> 비교
영화 <페어웰>은 중국에서 태어난 중국계 미국인 감독인 룰루 왕(Lulu Wang)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베이징에서 태어나, 6살에 미국으로 이주한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줄곧 '자신이 가족과 맺고 있는 관계'와 '자신이 친구, 동료, 현재 살고 있는 세계와 맺고 있는 관계' 사이에서의 괴리감을 느꼈다고 합니다. 그와 동시에 그녀는 이것이 두 개의 문화 사이에 걸쳐져 있는 모든 이민자들이 갖고 있는 특성이라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개인주의의 색깔이 분명한 서방 세계에서 자란 그녀는 계속 할머니에게 암진단 사실을 알리어, 할머니가 본인의 마지막을 준비하게 할 권리가 있다고 말합니다. 그에 반해 그녀의 집단주의의 가치관을 갖고 있는 중국인 가족들은 모두를 위해 할머니에게 비밀로 하는 것이 더 났다는 판단을 합니다. 어떻게 보면 이민 1.5세대가 지닌 가족 간의 관계를 보여줬던 대한민국의 영화 <미나리>와 이러한 측면에서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19년에 개봉한 영화 <페어웰>은 각종 영화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았으나, 중국계 이민 가족의 삶은 보여주는 과정에서 대사의 50% 이상이 만다린(중국어)으로 구사되었습니다. 이 같은 이유로, 각종 평단의 극찬에도 불구하고, 2020년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 후보가 아닌 외국어작품상 후보에 오르게 되었고, 안타깝게도 수상에 오르지는 못했습니다. 2021년 정이삭 감독의 영화 <미나리>가 외국어작품상에 올라 수상을 했을 때, 감독 '룰루 왕'은 다음과 같은 트윗을 남겼다고 합니다. '나는 올해 미나리보다 더 미국적인 영화를 보지 못했습니다. 이 영화는 아메리칸드림을 좇아 미국에 사는 이민자들의 삶을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모두 미국인을 영어만 사용하는 것으로 특징짓는 이 고리타분한 규칙을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총평 : 선의의 거짓말이란 과연 옳은 것인가
영화의 마지막에는 다음과 같은 타이틀이 올라옵니다. '영화 속 할머니의 모티브가 되었던 실제 여성은 암 진단을 받은 지 6년 후에도 계속 잘 살고 있으며, 아직까지도 그녀의 질병 사실에 대해 모르고 있습니다.' 과연 할머니가 그녀의 질병 소식을 알았다면, 6년 후에도 계속 살고 있었을까요? 사람들은 흔히들 '모르는 게 약이다'라는 말을 합니다. 가끔은 무언가를 알 때보다, 모르는 게 더 나을 때가 있다는 말이죠. 할머니 스스로 자신의 삶의 마지막을 준비해야 할 권리가 있다는 빌리의 주장도 충분히 일리가 있지만, 저는 가끔 너무 많은 것을 알아서 머릿속이 더 복잡해지고 더 많은 고민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다가 결국 마음이 더욱 답답해지고, 선택한 결과에 따라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해 알게 되어 후회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보았을 때, 결국 선의의 거짓말을 하기로 한 가족들의 따뜻한 선택이 더 옳았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